묵상의 문맥

그 사이의 살아감. 창세기 1~3장 본문

묵상_에세이 [성경의 서사]/창세기

그 사이의 살아감. 창세기 1~3장

집사 K 2026. 1. 6. 00:40

그 사이의 살아감. 창세기 1~3장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질서
창세기의 첫 장, 하나님은 어둠과 흑암이 가득했던 세상에 가장 먼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생명의 질서를 부여하셨다. 혼돈은 하나님과 별개로 존재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핵심은 질서가 곧 생명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이다. 혼돈 자체가 독립적인 창조물이라기보다, 생명이 피어나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질서'가 아직 부여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혼돈이 악하다기보다는 세상의 일부로서, 생명체인 우리가 질서를 따르지 않거나 거부하는 선택이 우리를 다시 혼돈으로 밀어 넣게 된다는 것, 즉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거부하면 결국 생명과 멀어지고 혼돈 속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그 질서를 세우셨고, 그 안에서 비로소 "보시기에 좋았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하나님의 형상을 간직한 인간에게 참된 안식은, 말씀을 통해 창조된 하나님의 질서 안에 거할 때 가능함을 깨닫게 된다. 완전한 일곱째 날 안식하라 하신 하나님의 말씀은 신앙의 목적이 안식임을 보여준다. 그것은 과정으로도 의미가 있으며, 최종적으로 하나님 안에서 영원히 안식할 때 완성된다.

균열
하나님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 인간에게 맡기시며 관리하라 하셨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의 선악과 사건은 그 관리의 본질을 뒤흔들었고, 스스로 하나님처럼 높아져 선악을 판단하려 했던 인간의 선택은, '하나님의 질서'가 아닌 '인간의 기준'이 세상의 주류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스스로 높아짐의 속성은 하나님의 말씀과 역행한다. 세상의 흐름은 점점 더 하나님과 멀어지는 방향, 즉 타락의 역사가 쓰여진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세속의 흐름이 하나님의 질서와 대립하는 이유는, 우리가 세상을 다스리는 방식이 하나님의 지혜가 아닌 인간의 욕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게 합당하다.

혼돈과 질서 사이의 감사
신앙 공동체는 현실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과정 속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임마누엘의 안식'을 누리지만, 동시에 재림과 부활이라는 영원한 안식을 소망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이 두 세계 사이에서 때로는 치열하게 흔들리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나 또한 사람에 대한 갈등과 짜증이 빈틈을 노리며 따라다니는 것 같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같은 말씀을 나누고 서로의 형상을 회복하도록 격려하는 '좋은 공동체'가 곁에 있음에 깊은 감사를 고백한다.

회복의 메커니즘
감사와 회복의 상관 관계는 다른 어떤 이론보다 많은 사람의 구체적인 경험담으로 증명되곤 한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분노를 품을 때, 내 안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느낀다. 그럴 때 내 마음과 몸은 긴장하며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말씀을 통해 용서할 근거를 찾고 다시 하나님의 질서 안으로 나를 돌려세웠을 때, 마음의 평안과 신체적 회복이 찾아왔다. 그 돌이킴을 회개의 시작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단순히 종교적인 위안이나 자기 최면이라기보다는, 용서가 질병을 치유하고 공동체를 회복시킨다는 현대 의학이나 심리학의 결과들처럼, 하나님의 질서는 인류가 발견해 온 보편적인 생명의 원리와 맞닿아 있다. 단편적인 예를 들었지만, 하나님의 섭리는 태초부터 우리의 삶 속에 새겨져 있고, 우리는 그것을 발견해 간다. 말씀을 따른다는 것은 결국 나를 살리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 사이를 말씀으로 살아감
창세기 첫 장의 말씀을 보면, 죽겠는 상황에서 나와 소중한 사람을 살리신 기억이 떠오른다. 하나님의 관점으로 상황을 볼 때 감사할 것이 많았다. 감사는 흔히 풍족하게 받을 때 나오기 마련이다. 많은 것을 잃은 것 같은 상황에서의 감사는 세상의 이치를 역행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처음 선포된 말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내 마음을 투영하는 욥의 고백,
"내 마음이 나의 생애를 비웃지 아니하리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 강력한 두 구절이 나를 말씀 앞에 서게 한다.
개인의 내면적 진실함과 우주적 질서가 말씀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벅찬 일이다.
세상의 이치를 역행하는 감사는 우리 공동체의 질서를 단단하게 세워줄 것이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내 공허를 빛으로 밀어내신 그 말씀이, 오늘 나의 몸과 마음에 질서를 세우고 균형을 잡는 루틴으로 새겨지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 교회, 또한 내 주변의 모든 공동체 속에서, 계속해서 회복의 기록을 써 내려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