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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의 문맥
30대 정도로 보이는 한 청년이 나무를 지고 산으로 올라간다.그는 아버지에게 가슴 아픈 질문을 던진다. "번제할 어린 양은 어디 있나이까?"그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독자에게 말한다."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친히 준비하시리라." 하지만 그 자리에서 준비된 것은 숫양이었다.2천 년 후, 모리아 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요단강 건너편 베다니.세례 요한은 예수님을 보고 이렇게 외친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요한복음 1장)성경에는 인간의 도덕률을 초월하는 장면이 몇몇 있다. 전적인 은혜로 얻은 자녀임에도 불구하고 제물로 바치라는 명령이 대표적이다. 이삭은 하나님의 개입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는, 절대적이고 일방적인 은혜의 증거다.이 장면을 볼 때마다 하나님의 비윤리적인 시험과 아브라..
1. 왜 신은 인간에게 말을 거는가? 화두를 하나 제시해 보면, 절대적 주권자가 피조물인 존재에게 자신의 계획을 공유하고 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님은 소돔을 심판하기로 이미 결정하셨다. 하나님이 그럴 능력이 있다는 것은 성경 내에서 참인 명제다. 그렇다면 그냥 실행하시면 그만이다. 그런데 굳이 인간에게 그 계획을 알리고 간청을 들으신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신은 처음부터 인간의 반응을 데이터 값으로 계산에 넣고 계신 것인가? 창세기 18장부터 이어지는 소돔과 고모라 사건을 보면, 가장 이치에 맞고 자연스러운 결론은 이것이다. 말을 건다는 행위 자체가 신이 인간을 기계적 피조물이 아닌 인격적 협상 상대로 대우한다는 것이다. 신은 운명을 강제 집행하는 독재자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변수를 기..
16장에서는 아브람의 불신 섞인 선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갈과의 관계를 통한 자녀 출산, 그로 인한 사래와의 갈등, 그리고 도망과 하나님의 도움. 이는 하나님의 언약을 온전히 신뢰하지 않은 결과들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토록 인간적인 곤경에 처한 순간에도, 그분을 구할 때 기꺼이 손을 내미신다.17장은 어쩌면 일방적일 정도로 몰아치는 하나님의 계획 실행이다. 아브람이라는 이름이 '아브라함'으로 변경된다. 이는 선언과도 같은 은혜다. 아브라함은 여전히 불신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은 일방적으로 길을 열어주시며 재차 언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할례의 규칙을 주시고, 사래를 '사라'라 명명하며 복을 약속하신다. 신뢰는 남을 바꾸는 큰 동력옆에서 보면 불공정해 보이기도 하나, 당사자 입장에..
아브람은 자식 없음을 한탄하며 현실 가능한 방편으로 엘리에셀을 상속자로 삼으려 한다. 이에 하나님은 하늘의 별을 보여주시며 약속하신다. 별의 언약 눈에 보이는 이 상징은 빛이며 나아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빛이다. 다 이해할 수 없으나 실로 거대하며, 인간의 시력으로는 겨우 분별될 정도의 점으로만 보이는 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존재. 분명히 존재하는 실재이면서 다른 시간의 존재. 이처럼 현실이면서 현실이 아닐지도 모르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본다. 그런 별을 두고 약속하신다. 단지 무수히 많은 자손에 대한 수적인 비유였다면 별이 아닌 바닥의 모래알이나 숲속의 나무도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별만의 의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별만이 가진 특성은 룩백 타임, 이른바 별빛의 시차다. 더 구체적으로는 ..
'아브람과 롯의 초반 서사는 단순한 양보의 미담이 아니다. 여기서 느껴지는 '분별하는 자와 반응하는 자' 사이의 대조는, 관계에서 소통의 한계를 절감하는 이야기로 들린다.'애굽에서의 시련을 거쳐 가나안으로 돌아온 아브람은 조카 롯과 분리되는 선택을 한다. 이것은 단순히 인구가 늘어나 영역을 확장하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공간의 제약은 협력과 분업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였기 때문이다.성경이 명시한 '다툼이라는 단어의 행간'에는 아브람과 롯 사이의 숨 막히는 갈등이 함축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지는 맥락을 볼 때, 아브람은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바탕으로 롯에게 이성적 대화와 논리적 설득을 시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눈앞의 이득과 풍요에 마음이 팔린 롯에게 아브람의..
홍수 이후 노아의 자녀는 온 땅으로 수평적인 확장을 이루어 가지만, 수직적으로 높아지려는 교만으로 인해 결국 언어의 혼잡과 함께 흩어지게 된다. 즉, 인간은 흩어지기 싫어했으나 하나님은 강제로 흩으셔서 원래의 계획(수평적 확산)을 성취하셨다이러한 혼돈 속에 하나님은 다시 아브람 한 사람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세우신다.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 (창 12:1-3)아브람은 제단을 쌓으며 순종의 길을 걷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