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의 문맥

[서문] 유배된 마음 본문

묵상_에세이 [성경의 서사]/요한계시록

[서문] 유배된 마음

집사 K 2025. 7. 2. 11:55

성경을 묵상하다 보면,
큰 서사가 작고 평범한 일상 안에 깃들어 있음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그 작은 일상을 수집하듯 한 장면씩 그려 가다 보니,
마침내 밧모섬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에 유배된 요한의 일상을 보면,
고립된 섬의 쓸쓸함은 선명히 그려지지 않는다.
요한계시록의 도입부는 그의 감정을 직접 묘사하지 않는다.
다만 고난과 인내의 동참자로 자신을 소개하는 말투,
멀리 있는 공동체를 향한 절제된 신뢰 속에서,
쓸쓸함보다는 사람을 향한 깊은 그리움이 담겨 있다.

나는 그의 편지를 두고 비껴선 감상에만 머물지 않기 위해,
잠시 요한계시록을 덮고, 유배지의 고립감을 상상해 본다.


"고요한 음 사이사이 울리는 북소리,
고립된 요한의 마음 깊은 곳에 울려 퍼졌을 법한 그 두근거림"

밧모섬의 고립을 닮은 음악 Fratres


유배지의 고립은, 왠지 세속으로부터 스스로 구분해 낸 묵상의 고요함과 닮아 있다.

문득 나는 내면에 스스로 유배시킨 내 몇몇 감정들이 있다는 것을 의식했다.
무언가에 치인 채 묻어 두었던 내면의 연약함들이었다.

다시 요한계시록을 펼친다.

그 유배의 자리에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듯,
나 또한 외면했던 내면 속에서
하나님의 위로와 진리를 마주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

그 희망을 붙잡고, 쓸쓸한 듯 소망이 담긴 요한의 편지를 읽어 보려 한다.

밧모섬 일지

2025년 7월
앞으로 22일간 지중해 외딴섬에 남겨진 요한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