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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도망의 선교] 자기 의라는 담벼락을 넘은 도망 본문

묵상_칼럼 [누가복음에서 사도행전, 인문학적 고찰]

22화 [도망의 선교] 자기 의라는 담벼락을 넘은 도망

집사 K 2025. 12. 13. 18:58

바울은 때로 도망쳤다.
복음을 전하던 중에 위협이 닥치면 제자들과 함께 도시를 빠져나갔다. 바울은 담대함의 대명사처럼 여겨지지만, 그의 행보에는 유약함처럼 보이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그러나 바울은 담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망친 것이 아니다. 그는 이길 수 있었고,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었으며, 때로는 대적을 제압할 언어도 가졌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자주 물러섰고, 피했고, 때로는 밤중에 몰래 성벽을 넘었다.

바울이 자리를 피한 이유
사도 바울은 자주 논쟁을 멈추고 자리를 떠났다. 말로 이길 수 있었지만, 그는 복음을 위해 말하는 자신을 지우는 길을 택했다. 이는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말씀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자기부정이었다. 자기가 이겼다는 기억보다, 복음이 남는 일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때론 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자신의 말이 더 논리적이고, 스스로가 더 옳다고 확신할수록 그 자리에 머무는 일은 오히려 자기 의를 드러내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바울은 그것을 내려놓았다. 자존심보다 복음을 앞세우는 선택은 강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순교는 자기 의를 꺾는 일이다
모든 죽음이 믿음의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때로는 스스로를 이기지 못해 죽음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외형적 고난보다 더 어려운 것은 내면의 자기 의를 꺾는 일이다. 말씀을 살리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순교가 될 수 있다. 바울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자기 의를 따르지도 않았다.

복음을 위한 침묵
말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 위해서는, 내 말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이 기억되어야 한다. 그럴 때 가장 필요한 선택은, 내 자존심을 꺾고 자리를 떠나는 것이다. 눈에 띄지 않는 희생, 드러나지 않는 순종이 말씀이 뿌리내리는 자리를 남긴다. 그 침묵이야말로 복음을 위한 가장 강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