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의 문맥
20화 [바울의 수사학 6부] 로마의 셋집 본문
사도행전의 마지막 장면.
바울은 드디어 로마에 도착했다.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재판은 가이사랴를 거쳐,
폭풍 속 바다를 건너 황제의 도시 로마에 이르렀다.
그러나 황제 앞에서의 대면도 없었고,
석방도, 순교도 기록되지 않았다.
그는 셋집에 감금된 채 지냈다.
자유롭지도, 완전히 얽매인 것도 아닌, 열려 있으면서도 구속의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바울은,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했다.
단지,
오는 자에게 말하고, 묻는 자에게 대답했다.
“바울이 온 이태를 자기 셋집에 머물면서
자기에게 오는 사람을 다 영접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하게 거침없이 가르치더라.”
(사도행전 28:30–31)
바울의 말은 기다림 속에 머무른다.
마치, 말이 씨앗이 되어 뿌려지고,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자라나기를 바라는
‘살아 있는 언어’의 수확처럼.
그것이 바울의 마지막 수사학이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말은, 이후 누구의 입을 통해서도, 계속 이어지게 될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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