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의 문맥
시편 8편 본문
다윗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아니 인간의 깊은 나약함을 고백한 뒤 오히려 하나님의 위엄을 바라본다. 그 차이가 클수록 하나님과 함께하는 기쁨은 더욱 커지고 평안은 배가 된다.
자신의 안위보다 하나님의 완전함과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것은, 그 위엄에 어울리는 우주적 묘사를 통해 창세기의 질서, 곧 혼돈 위를 덮는 하나님의 질서를 떠올리게 한다.
좋은 기도는 하나님이 하신 일을 떠올리게 한다.
질서의 하나님이시라면 지금의 혼돈 또한 정돈하실 것이며, 만약 다윗 자신이 원하는 것이 말씀에 기반하지 않은 그저 인간적인 욕망이라면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는 듯한, 현실의 어려움과는 괴리가 느껴질 만큼 담대한 찬양이다.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무엇이 아름다운가. 단지 색이나 형태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아름다움의 대상은 '질서'다.
시편 8편에서 드러나는 아름다움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질서이며, 그것이 찬양받기에 합당한 대상이다. 그리고 그 질서를 대행자로서 관리하도록 인간이 부름받았음을 다시 기억하게 하는 찬양이다. 그렇다면 다윗 역시 그 질서를 맡은 사람으로서, 기도를 통해 하나님 앞에 자신의 자리를 다시 확인했을 것이다.
앞선 비통한 시에서도, 이번 찬양의 시에서도 다윗은 하나님의 말씀에 합당한 고백을 한다.
그런데 슬픔과 고통의 호소가 기쁨의 찬양으로 바뀐다.
이것은 단순한 감정의 변화가 아니라 신뢰다. 즉 이것이 믿음이다.
내가 자리한 곳이 낮을수록, 또 아플수록 상대적으로 더욱 크신 하나님과 함께하심을 신뢰하게 된다. 물론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삶이라면 그런 신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도는 하나님의 말씀을 다시 하나님께 아뢰는 과정이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슬픔은 기쁨으로, 기도자의 시선은 하나님께로 향한다.
상황은 바뀌지 않았지만,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아는 사람은 그분의 질서를 바라본다. 그래서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찬양한다. 이처럼 상황보다 하나님을 먼저 바라보는 태도는,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신앙의 정수를 드러내는 간증이 된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감사는 대가 없이 주신 그리스도의 은혜를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아는 것은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이다.
이렇듯 하나님의 말씀으로 세워진 질서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래서 하나님이 하신 일에 대한 묘사는 가장 위엄 있고 아름다운 찬양이 된다.
다윗의 시, 깃딧에 맞춘 노래. 시편 8편
1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의 영광이 하늘을 덮었나이다
2 주의 대적들로 말미암아 어린 아이들과 젖먹이들의 입으로 권능을 세우심이여 이는 원수들과 보복자들을 잠잠하게 하려 하심이니이다
3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4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
5 그를 하나님보다 조금 못하게 하시고 영화와 존귀로 관을 씌우셨나이다
6 주의 손으로 만드신 것을 다스리게 하시고 만물을 그의 발 아래 두셨으니
7 곧 모든 소와 양과 들짐승이며
8 공중의 새와 바다의 물고기와 바닷길에 다니는 것이니이다
9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