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의 문맥
31화 [교회 4부] 파벌 본문
교회의 파벌은 분별의 열매가 아니다.
고린도 교회는 이상적인 공동체가 아니었다. 그곳에는 분열과 교만, 파벌과 갈등이 생생하게 존재했다. 그러나 바울은 편지를 책망으로 시작하지 않고, 그들 가운데 이미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먼저 언급하며 "성도"라 부른다. 문제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포기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창세기의 요셉 역시 마지막까지 자신을 속이는 형제들을 향해 화평을 약속했다. 형제들이 신실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종종 공동체의 불완전함을 불편해하며 타인의 부족함을 너무 쉽게 발견한다.
오랜 신앙생활에도 변화되지 않는 모습을 보며 회의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성경은 완성된 사람들의 기록이 아니다. 넘어지고 후회하고 다시 회개하며 언약에 붙들리는 사람들 위에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쌓여 가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은혜지만 누군가에겐 길고 지리하게 느껴지는 견디기 힘든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공동체의 지향점에 인간의 완전함을 전제로 하는 것 자체가 인간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성경의 내러티브가 늘 '갈등과 재초청'을 반복하듯, 인간은 본래 그런 구조 안에서 살아간다. 그러므로 사람의 변화를 조급하게 기대하기보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 연약한 공동체를 붙들고 계신지를 먼저 바라보는 것이 더 깊은 분별이다.
오늘날의 개신교도 교파가 나누어진다. 나는 이것이 역사적, 해석학적 맥락에서 교파가 갈라진 것으로 이 안에도 하나님의 선한 뜻이 있다고 이해한다. 그러나 개인의 목적이나 자기 의를 위해 파벌을 만들고 분열을 일삼는 태도까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포용할 수는 없다.
공동체를 건강하게 세우기 위해 갈등을 무릅쓰고 문제를 제기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 기준은 언제나 성경이어야 하며 공동체를 향한 진심이어야 한다. 일반화 오류와 부족한 근거로 공동체를 일단 비난하는 태도는 또 다른 형태의 무질서일 뿐이다. 공동체의 부족함만 바라보며 자신을 분별의 기준으로 삼는 비판은 하나님보다 자신의 판단을 더 신뢰하는 또 다른 교만이다.
바울이 가장 경계한 것은 하나님이 아닌 인간을 중심에 두는 파벌주의였다.
"나는 바울에게, 나는 아볼로에게"라는 말 속에는 결국 자기가 원하는 인간을 따르고 우월함을 확인하려는 본성이 숨어 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와 더 나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명분 아래 교회를 쉽게 갈라치며 교인들을 회유하여 데리고 떠나고, 남겨진 공동체의 무너짐을 방관하는 모습이 오늘날에도 자주 들린다.
이것이 개인적 관계의 갈등이라면 인간의 유형을 분석하는 심리학적 접근이 관계 대처에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성경에서의 본질은 아니다. 인간의 유형이 아닌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성도는 왜 하나님이 끝까지 그런 인간을 기다리고 사용하시는지를 묵상해야 한다.
성도가 붙들어야 할 것은 그리스도와 십자가뿐이다. 교회 안에서 문제가 느껴질 때 우리는 문제를 직시하면서도 공동체의 절차와 소통의 통로를 존중해야 한다. 권위주의는 거부해야 마땅하지만, 질서를 위한 권위는 필요하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을 때 조급히 단정하기보다 그들을 하나님께 맡기고 긍휼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공동체는 흔들리지 않게 지혜롭게 질서를 세워가야 한다.
공동체는 변치 않는 완벽한 틀이 아니다. 리더가 넘어질 수 있고 넘어진 자가 리더가 될 수도 있는 곳이다.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기에, 서로가 넘어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조금 더 힘이 있는 사람이 이끌어 주며 서로가 서로의 쿠션이 되어 주는 유기적 연대이다.
인간은 흔들리고 넘어지지만 말씀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 말씀으로 상처를 회복하면서, 넘어짐 위에 쌓이는 말씀의 은혜로 더 숙성된 포도주처럼 짙은 향기를 머금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란다.
이 글의 원형: 고린도전서 1장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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