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의 문맥

니고데모의 낮. 요한복음 19:31-42 본문

묵상_에세이 [성경의 서사]/요한복음

니고데모의 낮. 요한복음 19:31-42

집사 K 2026. 4. 18. 15:03

오래전부터 약속된 것은, 외압에도 꺾이지 않았지만 스스로 그 칼날을 타고 흘러내린 피로 대지를 황혼처럼 붉게 물들였다.

“일찍이 예수께 밤에 찾아왔던 니고데모도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백 리트라쯤 가지고 온지라”(요 19:39)

니고데모의 밤이 있었던 유월절 이후 세 번째 유월절이 지나간다. 
황혼 빛을 따라 몰약의 무게를 짊어진 그는 더 이상 밤을 기다리지 않고 예수를 찾아 나섰다. 
3년 전 "어머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표징과 증언들을 논리적으로 검토하며 진리를 확증해 온 그는 이제 진리의 증거에 동참한다.

그는 죽은 예수를 세마포로 싸서 대지의 태반과도 같은 무덤에 넣는다. 
율법 학자인 그는 대지와 모태가 연결되는 구약의 정서를 직감했을 것이다. 
은유조차 아닌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을 통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빛이 없는 밤중에 이성적 직관만으로 스스로에게 진리를 증명했던 그는, 이제 황혼 빛과 함께 향유의 향기가 될 원재료인 몰약을 가지고 감각의 이루어짐에 동참한다.

장차 온 세상을 채울 향기의 근원적 재료인 몰약의 향기는, 알 수 없는 곳에서 온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바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듯, 성령으로 난 사람도 그러하다."(요 3:8)

니고데모에게 나를 투영해 본다. 
합리적 의심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질문이 불신이 아니라 진리로 나아가는 필수적인 검증 과정임을 보게 된다.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요받는 대신, 믿을만한 정황을 향해 깊게 들어가는 니고데모의 3년 동안의 과정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신앙이 맹목이 아닌 확증된 실재임을 확인하는 지혜의 인물로 나는 그에게서 신앙의 본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