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의 문맥

공동체를 와해시키는 가치관. 고린도전서 5-6장 본문

묵상_에세이 [성경의 서사]/고린도전서

공동체를 와해시키는 가치관. 고린도전서 5-6장

집사 K 2026. 6. 12. 23:57

바울은 교회 안의 음행 문제와 성도 간의 법정 소송 문제를 다룬다. 얼핏 보면 서로 다른 주제처럼 보이지만, 둘 다 세속적 가치관이 교회 안으로 들어온 결과를 말하는 것 같아서 두개의 장을 연결하여 정리해보았다.

1. 육체와 영혼의 분리라는 사고방식이 낳은 음행

바울이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의 성관계를 경계한 배경에는 단지 도덕적 모범을 보이자는 권면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실제 사건에 대한 강한 경고이기도 했다. 그들에게 이런 행위에 어떠한 거리낌이 없었던 것은, 당시 고린도 사회의 문화적 철학적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역사적으로 고린도는 도시 이름 자체가 음란함의 대명사처럼 사용되었다고 전해질 만큼 성적으로 문란한 도시로 알려져 있었다.

바울이 문제삼는 말을 들어보면, 그들은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여 생각하는 이원론적 관점을 받아들인 것 같다. 영혼의 구원에 육체는 상관없다고 여기는, 둘을 구분하는 사고방식이다. 그들은 "음식은 배를 위하고 배는 음식을 위한다"고 말했다. 성욕 역시 식욕과 다를 바 없는 매우 단순한 육체적 욕구 정도로 취급했다는 이러한 내용이, 이원론적 세계관이 교회에 들어왔음을 뒷받침한다.

이에 바울은 반론한다. 우리의 몸은 그리스도의 지체이며 성령께서 거하시는 성전이며, 영혼과 육체는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음행은 가족과 공동체의 질서를 깨고 분리시키는 실제적인 갈등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죄를 경계하라는 뜻도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2. 세상 권력을 교회 안으로 끌고 들어온 소송

성도 간의 다툼을 세상 법정으로 가져가지 말라는 바울의 가르침은, 처음 읽을 때 죄를 덮거나 문제를 은폐하라는 말처럼 들렸다. 그러나 이렇게 맥락이 어긋나게 느껴지는 곳은, 분명 다른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더욱 맥락이 강화되는 지점이기도 했다.

당시 로마 법정은 현대의 법정 정도의 중립적인 제도는 아니었다. 신분과 재력, 인맥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였으며, 그렇기에 대체로 사회적 약자가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소송 문제는 앞선 3-4장에서 다루었던 파벌 문제와도 연결된다. 사람을 중심으로 편을 가르고 우월함을 추구하던 태도가, 세상의 권력 구조를 이용해 형제를 이기려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역시 바울의 의도는 죄를 묵인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있으니, 공동체 안에서 분별하고 바로잡을 책임도 져야 한다는 뜻에 가깝다. 세상의 불의한 경쟁과 권력 구조를 교회 안까지 끌고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다.

음행과 소송은 전혀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같은 뿌리에서 나온 문제이다.
자신의 욕망과 권리를 하나님보다 우선시한 모습이다.

결론

바울은 몸도 공동체도 모두 그리스도께 속해 있다고 말한다.
교회는 말씀의 권위 아래 서야 한다. 교회가 세상을 심판할 말씀을 맡은 공동체라면, 먼저 자신을 말씀으로 돌아보며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의 가치관에 흔들리지 않고, 몸과 공동체 모두를 하나님께 속한 것으로 여기며 말씀의 기준 위에 세워 가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